일본 정부가 네이버를 불편해 하는 진짜 이유 : 데이터 주권과 AI 기술 경쟁

일본 정부가 '데이터 보안'을 이유로 네이버로부터 라인야후의 독립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이는 표면적으로는 데이터 보안 강화를 위한 조치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일본이 자국의 AI 기술을 확보하려는 전략적인 움직임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일본은 AI 기술에서 외국에 뒤쳐질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데이터 종속화' 현상을 경계하고 있는 것입니다.

 

 

일본 정부의 행정지도와 지배구조 개선 요구

지난 3월, 일본 정부는 라인야후가 네이버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네이버와의 자본 관계를 재검토하는 행정지도를 내렸습니다. 네이버와 소프트뱅크는 현재 라인야후의 모회사인 A홀딩스의 주식을 각각 50%씩 보유하고 있습니다. 라인야후의 대응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는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며 2차 행정지도로 강하게 압박했습니다. 또한 일본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라인야후의 개선 상황과 대응 방침을 담은 중간보고서를 발표하고, 다음달 28일까지 개선책 실시 상황을 보고하도록 요구했습니다.

 

생성형 AI 개발 경쟁

네이버와 소프트뱅크는 모두 '차세대 AI'라 불리는 생성형 AI 개발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생성형 AI는 기존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을 넘어 텍스트, 이미지, 미디어 등의 콘텐츠를 생성하는 인공지능입니다. 대표적인 예로 오픈AI의 챗GPT가 있습니다. 생성형 AI의 성능은 AI를 지원하는 거대언어모델(LLM)의 파라미터 수로 대변됩니다. 네이버의 LLM 하이퍼클로바X는 3천억~4천억개의 파라미터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일본 소프트뱅크도 현재 LLM을 개발 중입니다. 소프트뱅크는 2023년 4월, 내년 3월까지 3천900억 파라미터 모델 개발을 완료하고, 이후 일본어에 특화된 1조 파라미터 수준의 모델 개발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일본 정부와 기업이 자국 데이터를 국내에서 관리하려는 '데이터 주권'을 중시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일본의 디지털 산업 체력 강화 노력

일본은 1990년대 거품경제 붕괴 이후 경기침체를 겪으면서 디지털 산업의 기초 체력이 약화되었습니다. 미쓰비시종합연구소에 따르면, 2023년 회계연도 기준 일본의 디지털 관련 수지는 5조5천억엔의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이에 일본은 AI 관련 법망을 정비하고 자국의 AI 기업을 지원하기 시작했습니다.

2022년, 일본은 '경제안전보장법'을 제정해 반도체, 클라우드, 배터리 등 11개 특정주요물자를 지정하고 국가가 직접 개입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만들었습니다. 이번에 문제가 된 라인야후도 '클라우드 프로그램'으로 묶여 지난해 사회기반서비스 제공 기업으로 지정되었습니다.

 

 

소프트뱅크의 AI 개발 지원

일본 경제산업성은 AI 개발용 슈퍼컴퓨터 정비를 위해 소프트뱅크에 420억엔의 보조금을 지급한다고 밝혔습니다. 소프트뱅크는 향후 10조엔을 투입해 AI 분야에서 세계적인 빅테크와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데이터 확보와 AI 개발

일본 정부의 라인야후 내 네이버 지분 빼기 시도는 소프트뱅크의 AI 산업 육성과 관련이 있다는 추측이 나옵니다. 라인 애플리케이션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일본에서 9천600만명, 태국에서 5천500만명, 대만에서 2천200만명, 인도네시아에서 600만명에 이릅니다. 매월 108개국에서 약 2억명이 라인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소프트뱅크가 라인야후 경영에 독자적인 영향력을 미칠 수 있게 된다면, 라인 이용자 2억명이 만들어내는 데이터를 활용해 AI 개발에 박차를 가할 수 있습니다. 현재는 네이버와 절반씩 경영권을 나누고 있어 데이터 확보 자체가 어렵고, 설령 동의를 얻더라도 네이버와 데이터를 공유해야 하므로 AI 개발 속도에서 네이버에 우위를 확보하기 힘듭니다.

 

결론

일본 정부가 네이버를 불편해하는 진짜 이유는 데이터 주권과 자국의 AI 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적 조치입니다. 이를 통해 일본은 데이터 종속화를 방지하고, 자국의 AI 산업을 육성해 글로벌 리딩 포지션을 차지하려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이노베이션 센터장은 "일본 정부의 소프트뱅크 슈퍼컴퓨팅 보조금 추가 지급과 라인야후 사태를 보면 일본은 자체 소버린 LLM 기술 산업 생태계를 빠르게 만들어 글로벌 리딩 포지션을 차지하려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일본의 이러한 움직임은 앞으로의 AI 기술 경쟁에서 중요한 변수가 될 것입니다. AI 기술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에 일본의 전략적 선택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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